.....나의이야기/좋 은 글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s비소리 2014. 9. 18. 00:29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아름답게 빛나는 시절이 짧다는 것이다. 
      많은 꽃나무들이 그렇듯 사람도 아름다운 시절은 짧다.
      빛나는 시절은 짧고 
      그 시절을 추억으로 지니며 사는 날들은 길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날들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고 초조해하고 조바심을 낸다.
      꽃이 피어 있는 동안은 꽃 주위에 사람이 많고 
      향기를 좇아 발길이 모여들다가 
      바람과 꽃숭어리를 툭툭 떨구고 나면 
      조금씩 찾아오는 발길이 줄어들고, 
      꽃 진자리에 비슷비슷한 잎들이 돋아날 때쯤이면 
      찾는 이가 없게 된다.
      가까이 다가와서 바라보지 않으면 
      저 나무가 살구인지 산수유인지 구분이 안 되고 
      목련인지 함박꽃나무인지 분간이 안간다...
      그러나 꽃나무에게 꽃피던 짧은 날들만 소중하고 
      꽃을 잃고 지내야 하는 그 많은 날들이 의미 없는 것이라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 
      나무에게 있어서 꽃피던 날들만이 아니라 
      잎이 무성하던 날들도 열매를 맺으려
      고통스럽던 날들도 그 열매를 지키기 위해 견뎌온 날들도 
      다 소중한 것이다.
      진정으로 나무를 사랑한다면 
      우선 나무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어야 한다. 
      꽃이 아니라 설령 잎마저 지고 열매마저 다 잃고 난 뒤에 
      빈 가지만으로 겨울바람을 맞고 서 있어도, 
      그리하여 
      정말 그 나무가 무슨 나무였는지 알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 하더라도 
      나무는 나무 그 자체로서 소중한 것이다. 
      그렇게 여길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게 소중하게 보듬을 줄 아는 것이 사랑인 것이다. 
      詩:  도종환 
      

     

     

    
    

     

          
          ♬ 흐르는 곡 : '애수(愛愁)' / Raining Vers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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