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안겨주는 마음
푸른 물감이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듯이 맑고 푸른 가을날이다.
하늘이 너무도 푸르러
쪽박으로 한 번 떠 마시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은...
기다림의 계절이 아닌가?
한 다발의 꽃을 줄 사람이 있으면 기쁘겠고,
한 다발의 꽃을 받을 사람이 있으면 더욱 행복하리라.
혼자서는 왠지 쓸쓸하고,
사랑하며 성숙하는 계절이다.
여름내 태양의 정열을 받아 빨갛게 익은 사과들,
고추잠자리가 두 팔 벌려 빙빙 돌며 님을 찾는다.
가을은...
모든 것이 심각해 보이고
바람따라 떠나고 싶어하는 고독이 너무도 무섭기까지 하다.
그러나 푸른 하늘아래...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은 더욱 아름답고
가을은 옷깃을 여미는 질서와 신사의 계절이기도 하다.
봄날이나 여름날...
한 잔의 커피를 마심보다
낙엽지는 가을날 한 잔의 커피와 만남의 이야기는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
가을처럼...
사람들을 깨끗하고 순수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계절도 없을 것이다.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가을은 혼자 있어도 멋이 있고,
둘이 있으면 낭만이 있고,
시인에게는...
고독 속에 한 편의 시와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젖다 보면 다정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고,
그 분에게는 조용히 기도를 드리며 시를 쓰고 싶다.
가을은 만나고 싶은 계절이다.
가을의 맑은 하늘에...
무언가 그려 넣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가을은...
사람들의 가슴에서
들판으로 번지기 시작해 이 땅을 물들게 한다.
우리는 어느 날인가...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이 땅을 떠나갈 사람들이 아닌가?
살아감은...
만남으로 열리고
가을의 문도 열리고 있다.
가을이 와서 바람이 되는 날...
가을이 와서 낙엽이 되는 날
온 하늘이...
푸른 바다가 되면 모든 사람들은 또
다른 계절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떠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시인은 가을에 시를 쓸 것이고,
연인들은 사랑의 열매를 맺고,
사색가의 좋은 명상은 가을 하늘의 구름처럼 떠오를 것이다.
지난 여름날...
그리고 쏟아졌던 비,
여름은 비 그 자체였다.
이 가을에 고독이면서 의미있는...
외로움이면서도 그리움인 결실로 이어졌으면 좋으리라.
한 잔의 따스한 커피의 향내를 맡는데
잊어버린 고향 열차의 기적 소리가 마음 속에서 울리고 있다.
가을... 이 가을은 사랑하고픈 계절이다.
사랑하고 있는 계절이다.................용혜원님 글
모란동백/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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