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은 물결타고 흐르고
사위가 조용한 한 밤 중
보이는 건 살아 꿈틀거리는 파도
수평선에 걸려 아슬아슬하게
고기잡이하는 어선들
수심에 차 해안선을 밟고 서 있는
해순이를 비춰주는 별빛
모두가 숙면의 시간들로
채워지는 안식을 주는 밤
모든 사물들이 행동을 접고
포근한 단잠의 세계로 빠져드는데
오로지 잠 못자고
별빛을 그림자 삼으며
걸어가는 해순이만 있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해안선
길게 끝없이 이어진
선들을 따라 곡예하듯
걸어가는 한 여자의 뒤로
발자국들만 희미하게 남는다
나는 누구인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행복한 순간들은 과연 얼마나 일까
쫓기듯 강박관념속에
벗어나지 못하는 새장속의 새처럼
살아오지 않았던가
이웃과 나눔이란
진즉부터 모두의 길이었고
베품이란
우리 모두 지켜야할 고유의 미덕인데
베품만 받았던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들
이제는 지나버린 과거
베품도 나눔도
나의 선택들은 아니고
타인과의 만남속에
이루어지는 세상
한 때는 어여쁜 미인이 되고파
거울속의 잠자는 공주가
되어보기도 하였고
한 때는 거부의 상속녀가 되고파
로또 복권을 사
가슴에 붙여놓고 꿈을 꾼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없을 것 같은 해순이의 인생에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4년 전 여름 가족끼리 놀러갔던
남해 송지면 해수욕장
그 곳에서 만난 서울 청년 진석이
서글서글한 눈매
거침없이 튀어나오는 서울말
그리고 짖궂은 장난끼
지금까지 간직했던 모습이다
짧은 시간동안 만났지만
너무 강렬한 체취에
정신이 혼미하였고
소중한 기억들은 기억하지 않아도
스스로 생성해내는 세포처럼
새로운 기억들을
창조해내고 있었다
모래사장에서 진석이팀들과 어울려
해변 발리볼 게임을 하고
해진 저녁
해변뒤 호수가에 모여 앉아
능숙한 진석이 키타반주에 맞춰
불렀던 “사랑해‘ ’님그림자‘
자연스레 동화되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어깨에 고개를 대고
두 손을 마주 잡고
밤바람에 일렁이는 호수 물결타고
거닐었던 순간들
여름밤의 하늘은 별빛으로
초롱초롱하고
밀려오는 어둠에
노래하는 갈대들의 율동
진석이의 눈엔 해순이가
해순이의 눈엔 진석이가 담겨
별빛보다 더 빛났던
사랑이 찾아왔던 날
진석이는 해순이를 위해
밤마다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새가 되고싶다 했고
해순이는 어둔 밤하늘에 떠
온 세계를 비추는 별이 되어
언제나 진석이 가슴에
영원한 사랑으로
영원한 연인으로 남고 싶다 했다
지금 진석이는 무얼하지
소식이 없는지
벌써 오래된 일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는 걸까
진석이 가슴의 별이 되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줄 알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수평선에는
어떤 생물이 살까
아마 예쁜 돌고래가 있어
그리운 내마음을 담아가
전해주러 오지 않을까
이렇게 답답한 심정
저 나는 갈매기는 알아줄까
무심한 파도만 원망스럽다
철썩 밀려오는 거친 파도에
해순이 신발이 젓고
고운 발이 잠겼다 드러난다
또 한번 파도가 처 와
해순이 발을 모래속에 묻히게한다
모래와 파도는 정답게
오순도순 사이좋게 살아가며
서로 사랑하는데
우린 왜 그러지 못할까
기다리면 언제고 소식이 올거야
우리 만난 날 밤
별이 유난히도 밝았거든
흐르는 유성에
서로의 사랑을 담아 보냈으니
아마 하늘님께서도 아시고 계실거야
해순이는 외로운 마음을
스스로 위안해 본다
수많은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 만났던
너와 나 우리
하얀 조가비껍질처럼 아름다운 사랑이
가슴속에 새겨져 있다면
다시 돌아올거야
그 여름날처럼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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